파치먼트, 110m 허들 이변의 우승 뒤엔 자원봉사자 도움 있었다
길 잃은 파치먼트에 택시 잡아주고 택시비 지불…나중에 만나 감사 선물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10m 허들 금메달리스트 파치먼트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10m 허들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우승한 핸슬 파치먼트(31·자메이카)가 '금메달의 숨은 조력자'를 공개했다.
영국 가디언은 12일(한국시간) '길 잃은 파치먼트가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제 시간에 경기장에 도착해 결선에 진출해 금메달을 따고, 자원봉사자를 찾아 보답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파치먼트는 4일 육상 남자 110m 허들 준결선이 열리는 일본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파치먼트가 탄 버스는 주경기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당황한 파치먼트는 올림픽 관용 차량을 타고자 했지만,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다.
낯선 곳에서 헤매던 파치먼트에게 자원봉사자가 다가왔다. 그는 파치먼트를 위해 택시를 잡아주고, 당시 현금이 없던 파치먼트를 위해 택시비까지 지불했다.
파치먼트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훈련 시간 직전에 주경기장에 도착했고, 이날 오전 11시 16분에 열린 남자 110m 허들 준결선에서 13초23으로 조 2위를 차지해 결선에 나섰다.
그리고 하루 뒤에 열린 110m 허들 결선에서는 '정확하게 버스 행선지를 확인'하고서 주경기장으로 가 13초04로 우승했다.
올림픽채널은 파치먼트가 우승하자 "도쿄올림픽 육상 종목의 가장 큰 이변"이라고 전했다.
2019 도하 세계선수권 우승자이자 도쿄올림픽 우승 후보 1순위였던 그랜트 홀러웨이는 8번째 허들을 넘을 때까지는 선두로 질주했다. 그러나 파치먼트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았고, 결승선에서 머리와 가슴을 먼저 내밀었다.
파치먼트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3위,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는 2위에 올랐다. 그러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에는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세계 정상권에서 달리다가 주변부로 밀려났던 파치먼트는 "정말 운이 좋다면 3등 정도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도쿄에 왔다.
그러나 파치먼트는 9년 만에 출전한 올림픽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숨은 조력자의 도움이 우승에 일조한 셈이다.
파치먼트는 "만약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충분히 몸을 풀지 못한 채 준결선에 나섰을 것이다. 결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
▲금메달리스트 파치먼트(왼쪽)와 숨은 조력자 티아나
금메달 획득의 감격을 누린 파치먼트는 곧 자신을 도운 자원봉사자를 수소문했고, 그의 이름이 티아나라는 걸 알게 됐다.
파치먼트는 8일 자신이 딴 금메달과 자메이카 대표팀 티셔츠를 들고, 티아나를 찾았다.
파치먼트는 티아나에게 "나를 기억하는가"라고 물었다. 티아나는 그를 기억했다. 하지만 파치먼트가 110m 허들 금메달리스트라는 건 알지 못했다.
파치먼트는 "당신의 도움 덕에 금메달을 땄다"고 메달을 꺼냈고, 티아나는 깜짝 놀라며 금메달을 손에 들고 신기해했다.
이어 파치먼트는 티아나에게 선물을 전하고, '택시비'를 돌려줬다.
파치먼트는 이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든 둘은 기념 촬영을 했다.
한설아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