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스트레스' 때문일까…또 평정심 잃은 최태웅 감독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 부임 이후 고공 행진을 이어왔다.
4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두 차례 정규리그 우승과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리빌딩을 선택한 올 시즌에는 현대캐피탈이 한때 구단 역대 최다 타이인 6연패에 빠지는 등 순위가 최하위로 추락했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일까. 최근 들어 최 감독은 평정심을 잃고 발끈하는 경우가 잦다.
지난 10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 경기에서 최 감독의 '사자후'가 화제가 됐다.
최 감독은 1세트 후반 비디오 판독 결과, 다우디 오켈로(등록명 다우디)의 후위 공격자 반칙이 선언되자 격하게 항의했다.
팀 경고가 주어진 상황이었음에도 최 감독의 항의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상대 '주포' 펠리페 알톤 반데로의 스파이크가 나갔다고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원심이 유지되자 이의를 제기했다.
두 번째 어필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 감독은 무관중으로 열려 텅 빈 체육관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으아"라고 소리를 내질렀다.
최 감독 입장에선 판정이 비상식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세트 후반의 승부처에서 억울한 판정이 나왔다면 감정이 격해질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존중하고 비록 체육관에 오지 못하더라도 TV로 지켜보는 많은 배구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분명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공을 세게 내리치고, 네트를 잡아 흔들었다가 비난을 한 몸에 받은 것도 팬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최 감독이 평정심을 잃자 팀도 함께 무너졌다.
현대캐피탈은 1, 2세트를 따내고도 3, 4, 5세트를 힘없이 내주고 결국 세트 스코어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2연승을 마감하며 탈꼴찌 기회를 날렸다.
현대캐피탈은 5세트 팀 공격 성공률이 37.5%에 그쳤다.
최 감독은 작전타임 때마다 선수들에게 감독 눈치를 보지 말라고 말했지만, 팀의 어린 선수들이 눈치 보게 만든 건 최 감독 자신이었다.
평정심을 잃은 최 감독의 모습은 그동안에도 몇 차례 있었다.
지난해 11월 21일 KB손해보험전에선 2세트 13-23으로 크게 뒤지자 작전타임을 불러 차근차근 얘기하다가 갑자기 억눌린 감정을 토해내듯 "이런 식으로 지면 화가 나야 해. 열이 받아야 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독 스스로 열을 받았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결국 그날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프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안방에서 KB손보에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남예지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