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바뀐' 성민규 롯데 단장 '미국행 선언' 나승엽 설득할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으로 '신인 지명' 나승엽 국내 잔류 끌어내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성민규 단장은 해외 진출을 선언한 나승엽(18·덕수고)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에서 KBO리그 단장으로 변신한 성 단장은 이제 180도 달라진 임무를 띠고 나승엽을 찾아간다.
롯데는 지난 21일 열린 KBO 2차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덕수고 내야수 나승엽을 지명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올해 고교 야구에서 최고의 야수로 평가받는 나승엽은 애초 롯데의 1차 지명이 유력했던 선수다.
하지만 나승엽이 미국 진출을 선언하는 바람에 롯데는 1차 지명에서 나승엽을 포기하고 장안고 포수 손성빈을 택했다.
문제는 나승엽이 아직 미계약 신분이라는 점이다. 나승엽은 미국프로야구 미네소타 트윈스와 구두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정식 계약은 내년 1월에나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계약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기에 이번 2차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분위기는 묘하게 흘렀다.
어쩌면 상위 라운드, 적어도 하위 라운드에서는 나승엽을 지명하는 구단이 반드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사실 구단 입장에선 하위 라운드면 해볼 만한 도박이다. 나승엽을 잡으면 대박이고, 놓쳐도 큰 부담이 없는 순번이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 측은 최근 KBO 실행위원회에서 "해외 진출을 확정한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몇몇 구단의 반발로 규약은 마련되지 않았다
점찍었던 유망주를 빼앗길 위기에 몰린 롯데는 결국 선수를 쳤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순번인 2라운드에서 나승엽의 이름을 불렀다.
상위 지명권 하나를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롯데는 주사위를 던졌다. 이제는 설득의 과정이 남았다.
얄궂게도 성 단장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 9월 롯데 단장 선임 전까지 시카고 컵스 구단 환태평양 스카우트 슈퍼바이저를 지냈다.
국내의 잠재력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발굴해 미국 무대로 안내했던 그가 이제는 국내 잔류의 이점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롯데 구단은 "해외 진출이라는 이슈가 아직 남아있으나 선수의 재능을 생각한다면 지명권을 잃더라도 2라운드에서 지명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나승엽의 국내 잔류 설득과 계약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은이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