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6년 만의 장편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일본서 발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4)가 6년 만에 내놓는 신작 장편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이 13일 일본에서 발간됐다고 출판사 신초샤(新潮社)가 밝혔다.
하루키가 2017년 2월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약 6년 만에 발표한 15번째 장편소설이다.
신작은 하루키가 1980년 문예지에 발표했으나 책으로는 발간되지 않은 중편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전체적으로 고쳐 쓴 것이다.
하루키는 이 중편소설이 당시 출간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잘 써지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신작 출간을 앞두고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쓰고 싶은 것을 쓸 만큼 실력이 늘고 다시 써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중편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1985년 펴낸 장편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원형이 되기도 했다.
3부로 구성된 신작은 벽 안쪽과 바깥의 병행하는 세계를 다루고 있다.
17세인 주인공 '나'와 나이를 먹은 나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1980년 중편의 구성을 살린 제1부에서 고등학교 3학년인 17세의 주인공 '나'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한 살 연하의 여고생과 교제한다.
여자 친구는 높은 벽에 둘러싸인 거리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진짜 자기가 사는 곳은 그 거리 안이라고 털어놓고는 모습을 감춘다.
벽에 둘러싸인 조용한 거리에 사는 나는 벽 안에 머물러야 할지 바깥세상으로 나가야 할지 갈등한다.
하루키는 "벽이 무엇인지 나 자신도 그 의미를 생각하며 썼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코로나19가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고 글로벌리즘이라는 게 흔들리고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영국은 유럽연합(EU)을 탈퇴했고 핵무기 문제도 다시 표면화했다"며 "그런 시대에 벽 안에 틀어박힐 것인가, 아니면 벽을 넘어갈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부에서 마흔이 된 '나'는 자신이 사귀던 소녀를 잊지 못해 누구와도 제대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
나는 다니던 도쿄의 회사를 그만두고 후쿠시마현의 작은 마을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루키 작품의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3부에서도 중요한 무대는 도서관으로 설정됐다. 하루키는 "지금은 안가지만 10대 때는 도서관을 자주 다녔다"고 회고했다.
하루키는 2020년 봄부터 코로나19 기간 3년 동안 신작을 집필했다.
그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밖에 잘 나가지 않아 자기 내면과 마주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며 "슬슬 다시 한번 그것을 고쳐 써도 되지 않을까 하고 서랍 안에서 꺼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하루키는 "러시아에서는 내 책이 여러 권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우크라이나에서도 6권 번역이 나왔다"며 "제 책의 독자들은 결코 전쟁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소중하게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루키 신작 발매에 맞춰 이날 0시 도쿄의 한 서점에서는 특별 판매 이벤트가 열렸다.
0시를 앞두고 카운트 다운을 한 뒤 사전에 구매 예약한 70여명의 열성적인 독자들이 기뻐하며 신작을 손에 넣었다고 현지 방송 NHK가 보도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하루키는 한국에서도 많은 열혈 독자를 확보한 작가다. 대표작으로 '1Q84',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의 숲' 등이 있다.
오혜주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