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 만나는 뮤지컬 '물랑루즈!'…"원작보다 음악 다채로워"
12월 2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서 개막…아시아 초연 토니상 받은 음악감독 저스틴 르빈 "팝음악 사용해 훨씬 풍부해져" 안무가 "한국 배우들 열정적…끊임없이 질문하며 연습 매진"
"원작 영화에도 음악이 많지만, 뮤지컬은 음악이 훨씬 더 풍부합니다. 영화가 나온 뒤 20년간 유행한 훌륭한 팝 음악들을 자유롭게 사용해 뮤지컬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어요."
브로드웨이의 히트 뮤지컬 '물랑루즈!'가 오는 12월 20일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1899년 파리. 화려한 카바레 '물랑루즈'의 최고의 스타 사틴은 무명의 작곡가 크리스티안을 만나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뮤지컬의 원작은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 주연으로 바즈 루어만 감독이 연출한 영화 '물랑루즈'(2001). 201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물랑루즈!'는 작년 토상의 작품상·연출상 등 10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 뮤지컬의 음악감독 저스틴 르빈은 17일 서울 종로구 블루레인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에서는 음악 없이 처리된 부분이 무대에서는 음악을 덧입히는 등 뮤지컬은 영화보다 음악적으로 훨씬 더 풍부하고 스토리텔링에서도 음악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뮤지컬에는 오펜바흐부터 레이디 가가까지 3개 대륙에 걸쳐 160년 동안 사랑받아온 음악 70여 곡이 편곡돼 담겼다. 특히 원작 영화 속 명곡들에 더해 마돈나, 비욘세, 레이디 가가, 아델, 리한나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히트곡들을 편곡해 집어넣어 한층 더 귀를 즐겁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한국 공연에서는 노래들을 모두 우리말로 번역했다.
르빈은 특히 자신이 작업한 가장 어려운 곡으로 이 뮤지컬 1막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넘버인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를 꼽았다.
간담회장 한편에 놓인 피아노로 즉석에서 연주하고 노래를 선보인 르빈은 20개의 각기 다른 유명한 팝송들을 잘게 쪼개 엮어 만든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를 통해 '물랑루즈!'의 음악적 풍부함과 두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했는지 설명했다.
"사틴과 크리스틴의 마음이 맞아가면서 음악적으로 키를 서로 맞추고, 또 둘이 티격태격하며 이견이 생기면 키를 이렇게 다르게 바꾸기도 하죠. (원작영화의 감독인) 바즈 루어만이 팝음악을 영화로 끌고 들어와 큰 성공을 거뒀다면 이후 20년간 더욱 발전한 팝음악들을 더 많이 뮤지컬에 갖고 들어올 수 있었죠."
르빈은 뮤지컬 '물랑루즈!'의 음악감독과 오케스트라 편성, 편곡, 추가 작사까지 도맡아 토니상을 받았고, 캐스트앨범의 공동제작자로서 그래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브로드웨이의 실력파 뮤지션이다.
자신의 매형이 한국인이고 조카도 반은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한국에 유대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물랑루즈!'를 통해 처음 방한하게 됐고, 한국에서 작업해보고 싶다는 꿈을 이루게 돼 겸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브로드웨이의 제작진은 캐스팅된 한국 배우들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도 드러냈다.
'물랑루즈!'의 한국공연 협력연출가인 맷 디카를로는 "세계적으로 많은 배우와 연출 작업을 해왔는데 한국 배우들이 가진 매혹적인 특징들이 있다"면서 "다채로운 색채를 가졌고, 로맨틱하며 유머러스하다"고 했다.
▲ 뮤지컬 '물랑루즈!' 브로드웨이 공연 장면
한국판 '물랑루즈!'에는 여주인공 '사틴' 역에 아이비·김지우가, 상대 남자주인공인 무명의 천재 작곡가 '크리스티안' 역에 홍광호·이충주가 낙점됐다. 캐스팅을 위한 오디션만 7개월이 소요된 대장정이었다.
한국 공연의 협력안무가인 대니얼 빌리오스는 "캐스팅된 한국 배우들은 몸 전체를 쓸 줄 아는 데다 매우 열정적"이라면서 "피곤할 텐데도 '또 무엇을 해야 하나요'라고 끊임없이 되물으며 연습 때마다 자신이 가진 100%를 쏟아붓는다"고 추켜세웠다.
다음 달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하는 '물랑루즈!'의 한국판 뮤지컬은 이 뮤지컬의 아시아 초연이다.
또 영어 외의 외국어로는 처음으로 제작됐다. 이는 한국의 제작사인 CJ ENM이 2017년부터 브로드웨이에서 공동제작자로 참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CJ ENM의 예주열 사업부장은 "제가 이 업계에 20년 정도 있었는데 아마 가장 힘든 작품이 아닐까 싶다"면서 "힘들었던 만큼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결과물은 20년 업력상 가장 좋은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화연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