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의 소통이 핵심 과제"…SNS로 소통 나선 재계 총수들
최태원,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첫 인스타 개설해 일상 공유
"일반 대중 생각 읽고 싶어"…정용진·박용만도 SNS 소통 활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는 등 재계 총수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한 대중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성과급 불만에서 드러나듯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는 MZ세대를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개설한 인스타그램에 편안한 차림으로 소파에 기대앉아 '추억의 갤러그 게임'을 하는 모습과 어린 시절 3남매의 흑백 사진 등을 공유했다.
출근길 주변을 맴도는 반려묘 동영상에는 "비키라. 내 길을 막지마라"고 했고, 밤 10시가 넘은 시각 책상에 앉아 일하는 모습의 사진에는 "#야근. 설정아님"이라는 설명도 달았다.
일반에 공개된 개인 SNS를 운영하는 것은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최 회장이 처음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은 최 회장은 연일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소통 강화를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대한상의의 국민소통 프로젝트 소개 영상에 '하카소'로 유명한 개그맨 하준수씨와 함께 출연해 재미를 더하기도 했고, 카카오 오디오 플랫폼 '음'(mm) 생방송 간담회에서는 "가족 경영의 폐해 지적에 대해 통감하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는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SK 이천포럼을 홍보하기 위해 '라면 먹방'을 찍기도 했고, 베레모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채 30년 근속 직원들을 초대해 육개장을 직접 만들어 대접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행복경영을 전파하기 위해 직원들과 100차례에 걸쳐 만나는 '행복토크'를 완주했다.
SK그룹 관계자는 "MZ세대를 포함한 일반 국민이 SK나 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다양한 형태의 툴을 활용해 듣고, 이를 토대로 반영할 건 반영하고 변화할 건 변화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사실상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재벌 총수들이 SNS 등을 활용해 소통의 저변을 넓히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용진이형'으로 불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팔로워수가 이미 67만명이 넘을 정도로 SNS를 통한 영향력이 상당하다.
정 부회장은 3호, 4호라고 부르는 어린 쌍둥이 자녀와의 일상부터 이마트[139480] 피코크와 노브랜드 등 자사 제품, 최근 인수한 야구단 SSG랜더스 홍보까지 다양한 사진과 게시글을 올리며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너무 짜증나는 고릴라XX. 나랑 하나도 안 닮음"이라며 올린 '제이릴라(정 부회장을 닮은 고릴라 캐릭터)' 캐릭터가 화제가 되기도 했고, 우럭과 가재 요리 사진을 올리면서 "미안하고 고맙다"는 글을 함께 적었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관련 발언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평소 소탈한 이미지의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전 대한상의 회장)도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소통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 회장은 2018년 당시 SK 와이번스가 두산[000150] 베어스를 꺾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자 SNS에 "최 회장 기분 좋겠네 ㅋㅋ"라며 축하 인사를 전했고, 문 대통령 주최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 간 만찬에 참석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재계 총수들의 SNS 활동에 대해 정 부회장의 '미안하다 고맙다' 논란처럼 자칫 '오너 리스크'로 번질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소통 강화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만큼 이를 활용해 자기주장이 강한 MZ세대의 생각을 들어보고 여러 형태의 플랫폼으로 일반의 생각을 읽고 소통하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오너 개인의 친근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도 있지만 결국은 기업의 활동과 연계해 기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소희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