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4명 모인 '콩나물밴드'…첫 자작곡 음원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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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4명 모인 '콩나물밴드'…첫 자작곡 음원 발매

min123 0 입력  / 수정

"우리에게도 틈을 달라"…인디밴드 문현호씨 곡 작업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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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나물밴드 '틈' 커버


    "삶이 정말 아름답나요, 살 만한가요 / 소리 바람은 매일 나를 조각내고 / 상처투성이 떨어진 열매 / 마음은 쓰리고 몸도 점점 시들어가요"

    40∼60대 정신장애인 4명으로 구성된 '콩나물밴드'가 결성 10년여 만에 처음 내놓은 자작곡 '틈'이다. 건반·기타·베이스 선율에 바이올린이 가미돼 잔잔하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하지만 "깨어 있어도 잠들어 있어도 미로 같아요", "다름이 당연하다고 해요. 아픔을 이해한다는데 그대 얼굴은 왜 그리 떨리나요"와 같은 노랫말에는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의 마음이 조곤조곤 담겼다.


    콩나물밴드를 도와 '틈'을 작곡한 문현호씨는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배제돼 왔고 이들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둬야 한다', '죽여야 한다'는 말을 듣던 이들이 세상에 '함께 할 수 있는 틈을 달라'는 목소리를 내보내는 것"이라고 곡의 의미를 설명했다.


    인디밴드 '입술을깨물다' 소속 베이시스트인 문현호씨는 올해로 11년째 병원에서 임상심리사·음악치료사로 정신질환자들을 돕고 있다. 정신과 의사 안병은(수원시 자살예방센터장)씨의 소개로 콩나물밴드와 인연을 맺었고, 제작자·작곡가·프로듀서·트레이너 역할을 도맡아 '틈'을 만들었다.


    콩나물밴드 멤버들은 가사를 직접 썼고, 문씨와 함께 조금씩 멜로디를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에 참여했다. 작업은 지난해 봄부터 10개월여간 이어졌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으나 결국 곡은 완성됐다.


    "정신질환 약을 오래 먹으면 몸이 경직돼 노래와 연주가 쉽지 않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모여서 연습을 못 한 기간도 꽤 됩니다."

    콩나물밴드는 정신장애인 멤버들이 빛이 없는 공간에서 자라는 콩나물에 자신들을 빗대 지은 이름이다. 문씨는 "긴 치료 기간은 어두웠지만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자라고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고 전했다.


    문씨는 "처음엔 프로젝트성으로 1곡만 만들려고 했는데 작업을 하면서 더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입술을깨물다 멤버 중 트레이닝 등을 돕겠다는 사람도 있어 다른 곡도 함께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끝까지 아픔을 사랑하려 해요 / 때로는 그대의 힘이 되고 싶어 / 열어가요 / 우리들의 자리 / 맘을 두고 모두가 살아갈 틈."  '틈'은 음원으로 이날 정오 발매된다.


성채린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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