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강대국도 국제법 지켜야"…중국 겨냥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주변국 간의 영유권 분쟁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다자외교 무대에서 중국을 다시 겨냥했다.
13일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화상으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에 대한 국제상설재판소(PCA) 판결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적용에 대한 권위 있는 해석으로 이제 국제법의 일부"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어 "아무리 크고 강력한 국가라도 그 의미를 무시하거나 깎아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PCA는 2016년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자국 영해라는 중국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남중국해 문제는 아세안의 전략적 도전"이라며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공동체로서의 강점과 약점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와 안정은 근본적인 문제"라며 아세안의 결속을 촉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도 PCA 판결에 대해 "타협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 판결을 약화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실리외교를 명분으로 동맹국인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친(親)중국 행보를 걷는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이 커지자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 2월 일방적으로 미국에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근거가 되는 방문군 협정(VFA)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180일간의 경과 기간이 끝나는 올해 8월 이 협정이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6월 미국에 협정 종료 절차를 6개월간 중지한다고 통보한 뒤 최근 종료 절차 중지를 6개월 더 연장한다고 통보했다.
이로써 VFA는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초기인 내년 상반기까지 일단 유지된다.
성채린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