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총재 "빈국 채무조정 교착…中 '손실 감수' 표명 없어"
▲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총회에 참석해 발언 중인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가 8일(현지시간) 경제난에 직면한 빈국들의 대외채무 조정 문제가 교착상태에 놓여있다며 최대 채권국인 중국 측의 손실 감수 의사 표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맬패스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중국 입장에서 봤을 때 그들은 모든 채권자를 통합된 입장으로 결속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교착 상태"라면서 "진전이 없어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아직 대출 손실을 떠안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채무상환 재조정과 같이 (채무의) 순현재가치 등 기술적 측면에 대해 중국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채무 재조정 합의를 위해 중국 측이 그러한 방안을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70여개 빈국의 채무 부담 합계는 3천260억 달러(약 431조원)에 이르며, 잠비아·가나 등은 이미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진 상태다.
이들 국가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에 대한 채무가 가장 많다. 잠비아의 경우 채무 재조정 대상의 75%가 중국에 진 빚이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 설명이다.
중국 측은 세계은행 등이 채무를 조정하면서 손실 일부를 떠안기를 원하는 반면 세계은행 등은 이를 수용할 경우 자신들의 입지와 능력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은 중국의 조치가 더디다고 비판하고 있다.
세계은행을 비롯해 IMF와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인도는 지난달 IMF·WB 춘계 총회 기간 열렸던 '세계 국가부채 원탁회의' 이후 공동 성명을 통해 국제기구 측면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아직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맬패스 총재는 "잠비아·에티오피아·가나 등이 채무 재조정을 통해 성장하려 노력 중인 만큼, 우리는 진척을 보이기를 바라고 (그러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은행이 채무 재조정 진전을 위해 잠비아·차드 등에 유리한 조건으로 양허성 차관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세계 각국이 성장 둔화로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중국이 현재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이들 국가의 정치 시스템상의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를 밑돌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오혜주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