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블리자드 인수…벌써 치열해지는 메타버스 주도권 경쟁
"게임, 메타버스 주류화의 선봉설 것"…반독점규제 통과는 숙제
경쟁관계 저커버그 "메타버스 기술개발·채용에 12조원 지출"
▲블리자드의 게임 캐릭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로고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형 게임 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차세대 인터넷으로 불리는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메타버스 시대가 개막하려면 10년쯤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는 가운데 벌써부터 새로 열릴 시장을 겨냥해 천문학적 규모의 거래와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티아 사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81조9천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게이밍은 오늘날 모든 플랫폼을 통틀어 가장 역동적이고 신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이며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거래를 "블록버스터 인수"라고 부르면서 이 거래로 MS가 1천750억달러(약 208조5천억원) 규모 게임 산업계의 선두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거래가 아마존이 사들인 홀푸드나,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이 인수한 왓츠앱의 인수 가격보다 몇 배는 더 큰 것이며, 최근 이뤄진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블리자드는 1인칭 슈터(FPS) 게임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를 포함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캔디 크러시' 등의 히트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메타버스의 한 요소로 여겨지는 가상현실(VR) 게임은 거의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비디오게임은 모두 3차원으로 설계된 가상세계나 3차원으로 창조된 가상 인물과 상호작용하게 돼 있다는 점에서 이 업체가 보유한 기술은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전망이다.
또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을 보면 이용자들은 자기 아바타(디지털 분신)를 앞세워 다른 게이머의 아바타와 수백 시간 전투를 벌이며 가상 통화를 모으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복장·장비를 구매한다. 초보적 단계의 메타버스가 이미 구현된 셈이다.'
MS의 게이밍 사업 부문 CEO인 필 스펜서는 "메타버스가 앞으로 뭐가 되든 간에 게이밍은 메타버스를 주류로 만드는 일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번 인수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디지털 세상에서 보낸다는 데 크게 베팅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해 10월 사명을 '메타플랫폼'으로 변경하고 회사의 미래 비전으로 메타버스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년간 메타버스 관련 기술 개발과 인력 채용에 100억달러(약 11조9천억원)를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또 당장 비디오게임 시장의 라이벌인 소니와의 경쟁에서도 MS의 경쟁력을 강화해주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MS는 중국 텐센트, 일본 소니에 이어 매출 규모로 세계 3위 게임 업체가 된다.
그러나 반(反)독점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는 이번 인수가 실제 성사되기 전 넘어야 할 걸림돌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당국과 의회는 IT 공룡의 강대한 시장 지배력과 이에 따른 독점 문제에 매우 예민해진 상황이다.
90년대 PC 운영체제(OS) '윈도'로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받으며 큰 타격을 입은 전례가 있는 MS는 최근 독점 규제 쓰나미의 영향권 바깥에 머물며 규제의 칼날을 피해왔지만 이번 인수 건으로 이 물결에 휘말릴 수 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경쟁을 옥죈다'며 소송을 낸 반도체 설계업체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 인수도 거래액이 400억달러(약 47조7천억원)에 불과했다고 WP는 지적했다.
허버트 허번캠프 펜실베이니아 법학대학원 교수는 이번 거래의 규모를 볼 때 반독점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설아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