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서 또 총기 부상자 발생…커지는 충돌 우려
"최소 두 명 다쳐"…6명 다친 17일 의사당 앞 총기 사건 이어 두 번째
태국 반정부 시위에서 약 일주일 사이에 두 번째 총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온라인 매체 카오솟 등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총기 발포 사건은 전날 밤 방콕 북부 시암상업은행(SCB) 본사 건물 인근에서 발생했다.
카오솟은 반정부 시위가 종료된 지 한 시간가량 지난 오후 10시 15분께 총성이 3~4발 울리고 뒤이어 큰 폭발음도 한 차례 울렸다고 목격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집회는 끝났지만, 당시 시위대는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나누거나 인도 등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반정부 시위대는 시내 왕실자산국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왕실 지지 인사들이 집결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전날 밤 급히 장소를 변경했었다.
SCB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23%가 넘는 지분을 가진 대형 은행으로, 국왕 재산의 일부라는 점에서 군주제 개혁 요구를 위한 장소로 택한 것이다.
총을 쏜 이들 중 한 명은 현장에서 체포됐고, 나머지는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 안전을 책임지는 자원봉사 경호단 중 한 명인 솜밧 통요이는 카오솟에 최소 두 명이 총기에 맞았으며, 이후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말했다. 부상 정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솜밧은 "총기 발포가 개인적 문제 때문인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총탄 흔적을 발견했으며, 경호단에 체포된 남성으로부터 권총 한 정을 찾아냈지만, 이 총이 총격에 사용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카오솟은 전했다.
시위 현장에서 온라인 생방송이 진행되던 도중 누군가가 시위대를 향해 무언가를 던지는 모습도 잡혔다.
카오솟은 이 물체가 폭죽이라는 보도도, 파이프 폭탄이라는 보도도 있다고 전했다.
7월 재개된 뒤 4개월째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7일 야당 개헌안 통과를 압박하기 위해 시위대가 의사당 쪽으로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하면서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시위대와 왕실 지지파 간 물병 등을 던지는 상황도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총성이 들렸고, 시위대 6명이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이 실탄 또는 고무탄을 발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왕실 지지자들 행사에 참석했던 30대 남성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이 남성은 안전을 우려해 권총을 가져갔다고 말했다고 카오솟은 전했다.
이 사건 이후 반정부 시위대는 경호단 활동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SCB 본사 건물 앞에서도 경호단이 집회장으로 들어오는 이들의 가방 등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했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는 올해 2월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던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이 강제 해산된 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다가 7월 중순 재개됐으며 총리 퇴진과 개헌은 물론 그동안 금기시됐던 군주제 개혁 요구까지 분출하면서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태국 경찰은 전날 시위 지도부 12명에 대해 왕실모독죄로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소환장을 발부했다. 왕실모독죄 적용은 약 3년 만이다.
남예지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