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산불 사망자 35명으로…잿가루가 비처럼 내리기도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면적은 서울의 21배로 확대
돌풍·건조한 날씨 계속…전력 공급 중단도
▲지난 10일(현지시간) 대형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 오리건주 피닉스의 이동식 주택단지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해안의 주(州)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계속 확산하며 피해 면적이 500만 에이커(약 2만234㎢)를 넘어섰다.넵
이는 남한 영토(10만210㎢)의 5분의 1(20.2%)을 넘어서는 면적이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6명으로 늘었고 많은 주택이 파괴됐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달 낙뢰로 시작된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자까지 합칠 경우 사망자는 35명에 달한다.
35명의 사망자 중 24명이 캘리포니아주에서 나왔고, 나머지 10명은 오리건주, 1명은 워싱턴주에서 각각 발생했다.
이번 산불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집에서 내몰려 대피했고 숲과 들판, 마을은 폭발 사고 현장처럼 변했다. 하늘은 뿌연 유독가스로 덮인 가운데 일부 지역에는 잿가루가 비처럼 내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돌풍이 불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기상예보관들은 오리건주의 해안가에서 느리게 이동하는 폭풍 전선이 이번 주 내내 머물면서 연기를 몬태나·아이다호주나 캐나다까지 밀어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드웰 기후연구센터의 과학자 필립 더피는 "더 덥고 건조한 상황이 더 건조한 연료를 만든다"며 "예전엔 쉽게 꺼지던 불이 이제는 금세 확산해서 통제 불능이 된다"고 말했다.
오리건·워싱턴주의 해안가에는 비가 올 수 있다는 예보가 있지만, 캘리포니아주에는 비 소식도 없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아카디아 지역으로 '밥캣 화재'가 접근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올해 들어 산불로 불탄 면적이 320만 에이커(약 1만2천950㎢) 이상으로 확대됐다고 주 소방국(캘파이어)이 이날 밝혔다. 이는 서울 면적(약 605㎢)의 21.4배에 달한다.
이 주에서는 28개 대형 산불 현장에서 약 1만6천500명의 소방관들이 화마와 싸우고 있다. 건물도 4천200동이 파괴됐다.
이번 산불 중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산불은 14명의 사망자를 낸 '노스 복합 화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약 250㎞ 떨어진 플루머스 국립산림 일원에서 발생한 이 화재로 26만1천488 에이커(약 1천58㎢)가 불탔고 진화율은 26%다.
전력업체는 전선이 끊어지며 추가로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민 수천 명에게 전력 공급을 끊었다.
이번 산불로 불탄 지역은 대부분 외진 삼림이지만 오리건주에서는 서부 해안가를 따라 남북을 잇는 간선 고속도로인 'I-5' 주변의 마을들이 완전히 파괴됐다.
주도 세일럼 남동쪽의 농업·벌목 도시 사이오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마고 쿠퍼는 "이것(산불)이 말 그대로 우리 뒷마당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산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난 서부 지역 주민 수천만 명은 산불로 발생한 매연으로 고생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시애틀 같은 주요 도시의 대기질은 '해로움'이나 '건강에 나쁨' 수준이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에 "아직 연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늘 아침 공기는 주 전체적으로 위험하다"며 "가능한 한 실내에 머물라"는 글을 올렸다.
스탠퍼드대 파커알레르기·천식연구센터의 메리 프루니키 국장은 너무 많은 변수가 대기질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대기가 안전해질지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루니키 국장은 그러면서도 당장 이날 오후 중에라도 대기질이 금세 개선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서부의 산불로 인한 매연은 북쪽의 캐나다로도 넘어가 주말에 밴쿠버 등의 주민들도 야외 활동을 피하고 실내에 머물렀다.'
▲14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 샌디의 한 도로가 연기로 뒤덮인 가운데 화재 위험을 경고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남예지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