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차기의장, 누가 돼도 통화정책 기조 안 바뀔 듯"
인플레·금리 견해 비슷…금융규제·디지털통화 정책엔 브레이너드가 적극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후보로 꼽히는 제롬 파월 현 의장(오른쪽)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의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지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유력 후보 2명 중 누가 되더라도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의 정책과 견해를 비교한 기사를 15일(현지시간) 실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대해서는 비슷한 시각을 보여 정책의 연속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융규제, 디지털 통화, 기후변화 등에 있어선 차이가 있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두 사람을 각각 면담했으며, 이르면 이번 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경제팀 등에서는 파월 의장의 연임을 선호하고 있지만, 금융규제 강화와 기후변화 대처 등에 적극적인 후보를 임명하라는 일부 진보 성향 민주당원들의 요구에 백악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1조8천500억달러(약 2천179조원) 규모의 사회 안전망과 기후변화 대응 예산안의 통과를 위해서는 민주당원의 전적인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두 사람의 통화정책은 닮은 점이 많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파월 의장과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는 올여름 연준의 채권매입 부양 프로그램 축소를 시작하기 위해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그는 경기 과열을 허용하는 것에 경계감을 나타낸 적도 있다. 2018년 하반기 실업률이 4% 이하로 떨어지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정부 지출 증가로 재정 적자가 늘자, 그는 1∼2년 후에는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번 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연준이 너무 빨리 경기 부양 노력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파월 의장 연임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브레이너드 이사가 통화완화 정책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취했다는 점에서다.
로런스 메이어 전 연준 이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공화당원들로부터 공격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 더 비둘기파적으로 보이는 인물의 지명을 꺼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3일(현지시간) 테이퍼링을 발표하는 파월 미 연준 의장
그 외 정책들에선 차이가 보인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금융규제와 디지털 통화에 더 적극적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적용된 은행 규제 완화에 반대를 표명해왔다. 새 규제인 '경기대응 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적용에 찬성하고, 이를 활성화하지 않은 2019년 연준 결정에는 반대 뜻을 표명한 바 있다.
또 규제되지 않은 개인 디지털 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달러' 채택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지난 7월 의회에서 디지털 달러가 비용이 큰지, 이익이 더 큰지 결론 내지 못했다고 발언한 파월 의장과는 대조적이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파월 의장은 미국 내 정치적 견해차에 민감하게 반응해왔지만, 브레이너드 이사는 연준이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위험을 감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대형 은행의 기후위기 관련 위험을 관리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있다.
한설아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