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포스트 스가' 경쟁 개시…4명 격돌·혼전 예고
고노·기시다·다카이치·노다 출마…결선투표 가능성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29일 투개표…다음달 4일 새 총리 선출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후임자를 결정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17일 막을 올렸다.
자민당은 29일 예정된 투표로 당수를 결정하며 신임 총재는 내달 4일 소집될 임시 국회에서 일본 총리로 선출된다.
4명이 출사표를 던져 1차 투표로 당선자가 결정되지 않아 결선 투표까지 가는 혼전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오전 공시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자민당 간사장 대행 등 4명이 입후보했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자민당 총재를 겸직하고 있는 스가 총리는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전념하겠다며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의원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당수가 되는 것이 총리가 되는 사실상의 필요조건이며 이번 총재 선거가 결과가 차기 총리를 사실상 결정짓는다.
1년여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 겸 자민당 총재의 사의 표명에 따라 스가가 총재로 선출될 때와 달리 이번에는 누가 당선이 유력한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에는 주요 파벌이 스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일찌감치 스가 대권론이 형성됐으나 이번에는 대부분의 파벌이 사실상 자율 투표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출마자 4명 중 일본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지지도가 가장 높은 것은 고노이며 이어 기시다, 다카이치, 노다 순이다.
그런데도 당선자를 예상하기 어려운 것은 총재 선거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29일 예정된 투·개표에는 자민당 국회의원 383표와 당원·당우 383표를 1대1로 반영한다.'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본부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총재로 당선되지만,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없는 경우 1·2위 후보를 상대로 결선 투표를 한다.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 383표와 자민당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지부연합회의 47표로 승패를 가린다.
1차 투표에서는 국회의원과 당원·당우의 표심이 동일한 비중을 지니지만 결선 투표에서는 국회의원 표의 영향력이 커지는 구조라서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에 오른 후보가 결선에서 역전할 가능성이 있다.
결선 투표 때 후보 간 연대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일본 최장기 집권 총리였던 아베는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 때 1차 투표에서 2위였으나 2차 투표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국회의원 지지 기반은 기시다와 고노가 우세하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의 중 95%에 해당하는 363명의 지지 성향을 파악한 결과 16일 현재 기시다와 고노 지지자가 각각 20% 수준이었고 다카이치 지지자가 15% 선이었다고 17일 보도했다. 노다 지지자는 약 10명이었다.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국회 대책위원장은 차기 총재 지명을 위한 임시 국회를 내달 4일 소집한다는 방침을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다음 중의원 선거는 임기 만료일(10월 21일)을 넘겨 실시되는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선거는 통상 일요일에 실시되므로 임기 내에 실시하려면 10월 5일에 고시하고 17일에 투표를 해야 하지만 4일 임시국회를 소집하기 때문에 이런 일정에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공직선거법은 임기 만료에 따라 중의원 선거를 하는 경우 만료일 30일 전부터 만료 전날까지 국회가 열려있으면 만료일을 넘겨서 선거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의원 선거가 11월에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픽]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후보 4인
한설아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