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나이아가라폭포가 쏟아졌다"…허리케인에 마비된 뉴욕
5시간만에 수영장 5만개 채울 비 내려…물바다 된 도로·지하철서 밤새 구조
뉴욕 사망자 대부분은 아파트 지하 살던 빈민층…"지옥을 겨우 통과했다"
허리케인 아이다가 쏟아낸 5시간의 폭우에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시가 마비됐다.
뉴욕을 비롯한 미 북동부 일대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물론 교통이 마비되고 정전 피해가 속출하면서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뉴저지·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최소 24명이 숨지고 15만 가구 이상이 여전히 정전 상태다.
전날 저녁 아이다의 영향으로 역대 최악의 폭우가 쏟아진 탓이다.
뉴저지·펜실베이니아·매사추세츠·로드아일랜드주에서는 9인치(약 22.9㎝) 이상의 비가 내렸다고 미 국립기상청(NWS)이 밝혔다.
뉴욕시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센트럴파크에서는 7.19인치(약 18.3㎝)의 비가 쏟아져 1869년 기상 관측 이래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시간당 강수량도 최대 3.15인치(약 8㎝)로 지난달 21일 열대성폭풍 헨리 때 세운 종전 기록 1.94인치를 불과 11일 만에 갈아치웠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말 그대로 하늘이 열리고 나이아가라 폭포 수준의 물이 뉴욕 거리로 쏟아져 내렸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전날 저녁 뉴욕시 일대에 쏟아진 비가 350억 갤런으로 올림픽 규격 수영장 5만개를 채울 수 있을 정도라고 추산했다.
당초 3∼6인치(약 7.6∼15.2㎝)의 비가 내릴 것이라던 기상 예보를 웃돈 강수량에 뉴욕을 포함한 동북부 다수 지역이 물바다가 됐다.
맨해튼 FDR드라이브와 브롱크스 리버파크웨이 등 주요 도로가 물에 잠겨 강으로 변하자 운전자들은 차를 버리고 황급히 대피해야 했다.
뉴욕시 지하철 46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해 15∼20대의 지하철에서 밤새 구조작업이 펼쳐졌다.
타임스스퀘어역에서는 지하철이 멈춰선 전날 저녁 9시45분께부터 승객들이 폭우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지하철역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CNN이 전했다.
지하철을 포함한 뉴욕 대중교통은 이날까지도 완전히 정상 운행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시 소방국은 도로와 지하철 등에서 수백명을 구조했다고 밝혔고, 필라델피아 소방국도 최소 100명을 홍수 피해로부터 구조했다고 밝혔다.
호컬 주지사는 "전례없는 폭우로 뉴욕시가 마비됐다"고 말했고,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시민들이 지옥을 겨우 통과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특히 사망자의 대다수가 아파트 지하에 살던 저소득층 주민들이어서 세계 경제 중심지인 뉴욕의 어두운 면을 여과없이 드러냈다고 NYT는 지적했다.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과 이민자 가정이 주로 사는 아파트 지하는 대부분 불법으로 개조한 주거시설이어서 홍수와 화재에 취약하다.
뉴욕시 퀸스에서 2살 아기와 부모가 숨진 아파트, 86세 할머니가 숨진 아파트는 모두 주거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지하 건축시설로 확인됐다.'
이소희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