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철군 의지 재확인…취임 후 최대위기 정면돌파
아프간 정부무능 지적하며 국익·외교비전 강조
탈레반 집권·카불 참사에 '인권 대통령' 무색
"안보 넘어 정치 실수"…역사 어떻게 기록될지 미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둘러싼 굴욕 논란에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아프간 철군 자체는 미국 국익과 바이든 행정부 외교정책 기조에 부합한다는 강변이지만 비판을 잠재울지는 불투명하다.
20년간 끌어온 무의미한 전쟁을 끝내겠다며 단호하게 칼을 빼어들었지만 예상치 못한 탈레반의 기세에 국내는 물론이고 우방국으로부터도 최악의 실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그는 16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철군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변하며 의지를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아프간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지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미국이 막대한 재원을 퍼부었으나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1년이 5년이 되고 5년이 20년이 됐다"며 "아프간군이 하지 않는 것을 미군에 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틀렸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재정과 병력의 손실을 막는 것이 국가이익이라며 자신의 외교정책 기조도 재확인했다.
그는 "20년 전 아프간에서 시작된 임무는 국가건설이 아니었다"며 아프간 완전 철군을 일절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는 올해 3월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고비용 군사개입이나 무력을 통한 체제전복으로 민주주의를 증진하지는 않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철칙을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익 증진을 위한 비전을 실현해가고 있다는 입장을 강변했으나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이 있는 탈레반의 집권으로 아프간 인권의 현격한 악화가 예고돼 인권 대통령의 명예가 실추됐다.
특히 철수 과정에서 최근 카불 공항에서 빚어진 민간인 참변은 '미국의 치욕'을 상징하는 선정적 장면으로 부각된다.'
필사의 탈출…미군 수송기에 매달리는 아프간인들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후 최대의 위기를 직감한 듯 휴가지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예정에도 없이 백악관으로 급히 복귀해 마이크를 찾았다.
그러나 이미 미국 정가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시험대에 올라선 바이든 행정부의 과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프간 붕괴의 책임이 전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세스 물튼(민주) 하원의원은 "국가안보 실수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실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주의 수호라는 중대한 임무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을 넘어 유럽 동맹국들도 같은 문제를 들어 탈레반 집권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실패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 감각이나 참모들의 무능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라크전을 지지하고 오사마 빈 라덴(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괴)을 기습하는 작전에 반대한 전력을 주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프간 철군은 역사가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지만 최근 사태 때문에 '미국이 돌아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은 조롱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치 저술가 리처드 벤 크래머의 기술을 인용해 "바이든은 배짱이 있지만 많은 경우 감각보다 배짱이 앞선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을 지낸 브랫 브루언은 아프간 사태의 책임을 물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한설아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