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라크서 밀반출 고대유물 1만7천점 반환
이라크전 혼란 때 약탈돼…일본·네덜란드·이탈리아도 돌려줘
'길가메시 서사시' 새겨진 19억 상당 점토판도 포함
이라크에서 미국 등으로 흘러나간 유물 1만7천여점이 반환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으로 반출된 약탈유물 1만7천여점을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반환된 유물 상당수는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연합군이 이라크를 침공해 전쟁이 벌어져 혼란한 틈에 외국으로 밀반출된 것들이다.
기원전 4000년에서 600년까지 존재한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물이 다수다.
이라크에선 1991년 걸프전 여파로 정부군이 남부지역 통제력을 상실한 이후 광범위한 유물약탈이 벌어졌고 2003년 이라크전이 시작되면서 유물약탈이 '산업' 규모로 커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미국에서 반환되는 유물들은 지난주 미국을 공식방문한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총리와 함께 이라크로 돌아왔다.
이 유물 중 1만2천여점은 워싱턴DC 성경박물관이 가지고 있었다.
성경박물관은 예술공예품 판매기업 '하비로비' 소유 가족이 설립했으며 하비로비는 4년 전 5천개 유물을 취득하며 실사작업을 벌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무부로부터 300만달러(약 34억4천만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NYT는 하비로비가 과징금을 맞은 원인이 된 유물 일부도 이라크로 반환된 유물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코넬대도 이번에 이라크로 돌아간 유물 5천여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고고학자들 사이에선 이 유물들도 이라크 남부에서 약탈당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가장 주목받는 반환유물은 수메르 신화 속 영웅 길가메시의 이야기를 담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 일부가 새겨진 약 3천500년 된, 가로와 세로가 각각 15㎝와 12㎝인 점토판이다.
이 점토판은 몇 차례 손바뀜을 거쳐 하비로비로 넘어갔고 성경박물관에 전시되다가 재작년 미국 법무부가 압수했다.
하비로비는 점토판 반환을 거부하다가 지난달 초 결국 동의했다.
하비로비는 2014년 크리스티 경매가 점토판을 팔 때 출처를 속였다면서 대금 167만4천달러(약 19억2천만원)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점토판은 현재 연방정부 창고에 있으며 내달 이라크로 돌아간다.
하산 나딤 이라크 문화부 장관은 "이라크 역사상 최대규모 유물반환"이라면서 "유물 수천 개가 외국에 밀반출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상태로 여전히 할 일이 많다"라고 말했다.
반환유물들은 조사를 거쳐 이라크 국립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한설아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