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부족으로 사망한 코로나 환자 없다"는 印정부에 비난 폭주
야권 "정부 주장은 완전한 거짓"…네티즌 "환자 고통에 대한 모욕"
최근 인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때 산소 부족으로 사망한 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인도 정부의 언급에 현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4∼5월 코로나19 감염자 폭증으로 인해 인도 전국 상당수 병원에서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사망자가 속출했지만 정부가 이를 부인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자 거센 반발이 일고 있는 것이다.
22일 더힌두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바라티 파와르 연방정부 보건 담당 부장관(공식 명칭은 국무장관)은 20일 의회 서면 답변에서 "산소 부족에 의한 환자 사망 사례는 주 정부에 의해 구체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 정부가 관련 사망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했기 때문에 연방 정부도 이를 토대로 통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도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약 620만명)의 보건부 장관 라제시 토페는 전날 "작년과 올해 유행기 때 산소 부족으로 사망한 사례 기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토페 장관은 "우리는 우리 주의 어느 병원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사망은 합병증이나 다른 질병이 원인이었다"고 덧붙였다.
남부 타밀나두주 등 일부 지방 정부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 팬데믹 때 전국 여러 병원에서 심각한 산소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은 여러 차례 보도해왔다.
델리주, 고아주, 카르나타카주 등 여러 주에서는 산소 공급이 끊어지면서 수십명의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보도됐다.
코로나19 중환자들은 혈중 산소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저산소혈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산소 치료가 필수인 경우가 많다.
앞서 알라하바드 고등법원은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에 대해 '집단학살에 준하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하며 정부를 질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 당국은 산소 부족이 코로나19 환자의 직접 사인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와 야권, 네티즌 등은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 내고 있다.
야당 인도국민회의(INC) 지도자인 프리양카 간디는 "정부는 팬데믹 때 산소 공급을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산소 수송용 탱크를 마련하지 않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집권 중인 델리주의 보건부 장관 사티엔다르 자인도 전날 "정부의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며 "연방 정부의 발언은 상처 위에 소금을 문지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네티즌 사바 나크비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모두 산소를 구해달라고 애걸해야 했었다"며 정부의 말은 그런 고통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공공 보건 전문가이자 전염병학자인 찬드라칸트 라하리야는 더힌두에 "기술적으로 '산소 공급 부족'이 코로나19 환자의 사인으로 기록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산소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소가 충분히 공급됐다면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는 산소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초 41만명을 넘었던 인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꾸준히 줄어들어 최근 4만명 안팎을 기록 중이다. 누적 사망자 수는 약 42만명이다.'
한설아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