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강제착륙 부른 언론인은 구독자 200만 소셜미디어 스타
텔레그램 채널 토대로 야권 운동·시위 조직
유럽 마지막 독재자 루카셴코에 '눈엣가시'
재작년 폴란드 망명…정부, 테러리스트 지명
체포 뒤 테러혐의 자백 논란…사형 선고될 수도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76)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로 착륙시켰다.
이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발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던 언론인이자 야권활동가인 라만 프라타세비치(26)를 체포하기 위한 조치로 관측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라타세비치는 2015년 동료 반체제 인사 스테판 푸틸로(22)와 함께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에 '넥스타'(NEXTA) 채널을 만들고 해당 채널 편집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해 6월부터는 별개의 텔레그램 채널 '벨라모바'(Belamova)에서 글을 썼다.
구독자가 200만명에 달하는 넥스타는 야권 인사들이 정보를 공유하거나 시위를 조직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자매 채널 '넥스타 라이브'(NEXTA Live)에는 경찰이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이 올라온다.
프라타세비치는 10대 때부터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고, 이 때문에 2011년 퇴학당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폴란드로 건너가 망명 생활을 해왔으며, 지난해 1월에는 폴란드 시민권을 신청했다.
프라타세비치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대선 승리를 선언했을 당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대규모 불복시위를 부추긴 혐의로 같은 해 11월 벨라루스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테러활동 가담자' 목록에 올랐다.
프라타세비치는 지난해 11월 공공질서를 해치고 사회증오를 조장한 혐의와 테러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한편 벨라루스 국영 매체는 24일 프라타세비치가 민스크의 한 구금 시설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건강한 상태라고 말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벨라루스 당국이 해당 영상을 촬영하도록 프라타세비치를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프라타세비치의 아버지 드미트리는 BBC 인터뷰에서 "아들이 고문당하고 있을까봐 두렵다"며 "21세기 유럽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성채린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