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중국 이번엔 '유럽 끌어안기' 시도
시진핑 오늘 중·동유럽 정상회의 화상회의 주재
中왕이, EU외교수장에 '협력·내정 간섭 반대' 강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들어서도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아프리카에 이어 이번에는 유럽을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9일 환구망(環球網)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중국과 중·동유럽(CEEC) 17개 국가와의 경제협력 추진 기구인 '17+1' 정상회의 화상회의를 할 주재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CEEC 회원국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및 경제 지원 등을 제시하며 다자주의와 협력 강화를 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출범한 이 정상회의에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그리스 등 유럽연합(EU) 회원국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해 4월 합류했다.
중국은 이 정상회의를 통해 중부와 동부 유럽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확장해 우군을 늘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중부와 동부 유럽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교역 확대로 경제적 이익을 거둘 수 있고 서부 유럽과 외교에 있어 발언권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적자만 발생할 뿐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아 중국은 추가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8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와 화상회의에서 중국과 EU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내정 간섭은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이는 최근 신장(新疆) 지역에서 운영하는 재교육 수용소 여성들이 조직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영국 BBC방송 보도를 놓고 중국과 영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은 이날 보렐 대표에게 "중국과 EU의 양자 관계는 이미 양자 범위를 뛰어넘어 세계적 의미와 중요한 전략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중국과 EU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협력했으며 대화와 협력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신장과 홍콩, 인권 등 문제에서 중국의 원칙적인 입장과 더불어 진상도 충분히 공개했다"면서 "중국은 각국이 상호 존중하고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길 바라며 거짓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보렐 대표는 중국과 EU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중국의 백신 공동구매를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가입을 환영하고 중국과 백신 협력 의향을 내비쳤다.
남예지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