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필리핀, 바시해협 방어 훈련…中 대만 침공 대비
중국의 잇따른 대만 해역 무력시위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인근 해협에서 합동 훈련을 수행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필리핀 바스코섬에서 22∼23일 진행된 이번 훈련은 11일부터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발리카탄' 미·필리핀 연례 합동 군사훈련의 일환이다. 이틀간의 바스코섬 훈련의 주된 목적은 전략적 요충지인 바시해협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다.
바시해협은 대만과 필리핀 바탄제도 사이에 있는 너비 150㎞가량의 해역으로 동쪽의 태평양과 서쪽의 남중국해를 연결한다. 상선이나 해저 통신 케이블이 지나는 길목이기도 하지만, 괌 기지를 출발한 미 공군과 해군이 대만해협으로 직행하는 경로여서 전략적 의미 역시 상당하다.
중국에게도 대만 동부와 태평양 진출을 위한 관문이다. 실제로 이달 초 중국군 항공모함 산둥함은 '대만 포위' 훈련에 앞서 바시해협을 통과해 대만 동부 해역에 자리잡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바시해협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바스코섬은 미군이 대만 분쟁 발생 시 바시해협 방어 근거지로 활용할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훈련 기간 바스코섬에는 재블린 대전차미사일과 스팅어 방공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미 해병대·육군 병력이 수직이착륙기 V-22 오스프리로 수송됐고, 상륙주정에 실려온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도 배치됐다.
WSJ는 이번 훈련이 대만 남부에서 활동하는 중국군 함선들엔 '격침 가능성이 있다'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는 필리핀군 합동참모본부 전직 간부의 언급을 소개하기도 했다. 바스코섬과 인근의 필리핀 섬에서 하이마스를 가동하면 바시해협 전체가 사정거리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필리핀은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친중' 행보를 보였으나 지난해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해마다 축소돼온 발리카탄 훈련도 지난해부터 다시 확대돼 올해는 약 1만8천여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미국과 필리핀은 최근 공동 해상 순찰과 필리핀 군 기지 추가 공유를 합의하기도 했다.
중국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2일 마르코스 대통령을 만나 중국의 주권·영토 존중과 필리핀의 '전략적 자주'를 강조했다.
필리핀 일각에서는 미군의 잦은 출현으로 필리핀이 중국-대만 분쟁에 끌려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오혜주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