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등장, 크리스마스 퇴장…사라진 유럽 연말 특수
"소상공인 생존의 가장자리까지 밀렸다" 발 동동
▲영국 런던 거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 오미크론이 유럽의 연말연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유럽 각국 정부가 초강력 방역 대책을 다시 속속 도입하면서 모처럼 크리스마스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이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극장, 호텔 등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대형 행사장 백신 패스 도입, 재택근무 권고 등이 담긴 이른바 '플랜B'가 도입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벌써 더 강화된 '플랜C' 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판이다.
백신 접종으로 올해 연말엔 일상으로 회복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는 작년 연말보다 더 맹위를 떨치는 터다.
이에 따라 작년 말에도 코로나19 탓에 큰 영업손실을 본 자영업자, 중소상공인은 또다시 손님의 발길이 끊기자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다.
런던의 한 와인 바 직원은 NYT에 "크리스마스 느낌이 좀 있었는데 이제 없다"고 말했다. 이 바는 통상 실내외 모든 테이블이 손님으로 가득차고 대기 줄까지 늘어서는 것이 보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손님이 급격히 줄어 지금은 야외 테이블에서만 영업 중이다.
런던 소호의 한 주점은 직원들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주점은 풀타임 직원 4명 중 3명이, 시간제 직원 4명 중 2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주점 사장은 "벼랑 끝에 몰렸다"고 말했다.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 중인 영국 시민들
영국 등지에 400여 지점을 운영하는 요식업체 풀러스미스터너는 NYT에 영업점 가운데 20곳이 문을 닫았다. 이 업체의 사이먼 에머니 최고경영자(CEO)는 "정부가 서비스 업종은 계속 영업하라면서도 국민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구했던 2020년 3월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 상점, 주점, 식당뿐 아니라 학교까지 문을 닫은 네덜란드에서는 상점 주인들이 아예 다시 문을 열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 한 주점 주인은 NYT에 "매일 의문이 든다. (다시 열 수 있을지) 100%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주점 주인은 멀드와인(레드와인에 과일·향신료를 넣고 끓인 음료)을 집집이 방문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꿔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국가기업등록청에 따르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재정 지원 요청이 폭주하고 있다. 국가기업등록청 관계자는 "과거의 봉쇄 조치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재정적, 감정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연말 기념행사를 취소하고 영국에서 오는 여행객의 입국을 차단했다. 이는 스키 관광 산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스웨덴에서는 착석한 손님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방역 제한조치를 도입했고 아일랜드는 오후 8시 이후 식당, 주점을 출입할 수 없도록 아예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영국의 거리
덴마크에서는 식당과 주점이 10시 이후 주류를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극장, 박물관, 동물원, 공연장 등도 폐쇄됐다.
스위스에서는 백신 미접종자가 식당, 헬스장, 박물관에 갈 수 없다.
독일에서는 상점을 들어갈 때 문에서 백신 접종 확인서와 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연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야 하는 상점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독일 무역협회는 주장한다.
독일 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크리스마스 시즌과 비교했을 때 최근 매출액은 37% 감소했다.
무역협회의 스테판 겐트 회장은 "몇 개월 동안의 봉쇄 조치 이후 제한 조치가 또 적용되면서 소상공인은 생존의 가장자리까지 밀려났다"고 하소연했다.
한설아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