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교통사고, 서부 줄고 동남부 늘어…제재로 물류 바뀐 탓"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제재로 러시아 내 물류 흐름이 바뀌면서 지역별 도로교통사고 발생 양상도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서방 제재로 유럽을 통한 주요 수·출입길이 막힌 탓에 러시아 내 화물운송이 아시아 등지로 향하는 동남쪽으로 이뤄지면서 이 지역에서의 도로교통사고도 증가했다.
러시아 내무부 산하 교통안전 과학센터 조사 결과 시베리아 관구 옴스크주에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접경지로 향하는 A-320 연방 도로의 경우 2022년 한해 사고 발생률은 전년보다 76% 늘었다.
극동 관구 하바롭스크주와 자바이칼주 치타를 잇는 R-297 아무르 고속도로와 시베리아 관구 알타이주 바르나울에서 카자흐스탄 접경지로 이어지는 A-321 고속도로 2곳의 사고 발생률도 각각 25%, 20.8% 증가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 국가들과 국경을 접해 지역으로 유입된 물류량이 증가한 러시아 극동·우랄·시베리아 관구 3곳에서의 도로교통사고 발생률도 15.1~29.6% 늘었다.
반면 유럽이 있는 서쪽 접경지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의 사고는 줄었다.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라트비아 이어지는 M-9 고속도로의 사고 발생률은 전년보다 23.8% 감소했다.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M-10 고속도로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노르웨이를 잇는 P-21 고속도로 2곳의 사고 발생률도 17.6~23% 줄었다.
교통안전 과학센터는 자국 내 동남쪽 지역 도로교통사고가 증가한 것은 서방 제재로 화물 운송이 이곳으로 몰리는 이유도 있지만, 서쪽 지역에 비해 낙후한 교통 인프라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서방 제재로 러시아 내 신차 생산·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운전자들이 품질이 떨어지는 대체 부품을 활용해 기존 차량의 사용 기간을 늘리는 점과, 일본 등지에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중고차 수입이 늘고 있는 점 등도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러시아에서 사용한 지 15년 이상이 된 승용차는 1천300만대, 트럭은 270만대, 버스는 20만대 등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또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는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차보다 운전하기가 더 위험하다"며 "하지만 물류 흐름 변화로 이미 교통 상황이 복잡해진 동쪽 지역에서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경제 격변과 교통망 재편성, 교통 시스템이 직면한 문제점의 지속 등은 앞으로도 계속 교통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오혜주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