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구급차 사적 이용한 소방서장 '직권남용 혐의' 수사(종합)
매뉴얼 무시하고 서울로 친척 이송…구급차 운행 일지도 조작
전북소방, 소방서장 전보 조처…"현장 지휘 어렵다고 판단"
▲119구급차
경찰이 응급상황에 써야 할 119구급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소방서장을 수사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해당 소방서장이 일선에서 직원들을 지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보 조처했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직권남용 혐의로 윤병헌 전 전주 덕진소방서장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윤 전 소방서장은 지난 8월 20일 구급대원에게 119구급차로 익산의 한 병원에 입원한 자신의 친척을 서울로 이송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소방 매뉴얼 상 구급 차량을 이용해 환자의 병원을 옮기려면 의료진 요청이 필요하지만, 그는 이를 무시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구급대원들은 규정을 위반하고 119구급차를 쓰기 위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환자를 만들어 냈다.
마치 응급상황이 있는 것처럼 상황실에 지령을 요청한 뒤 '이송 거부'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를 취소하는 수법을 썼다.
여기에 119구급차 운행일지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해 서장의 친척을 서울로 이송한 사실을 외부에서 알지 못하도록 조작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한 소방공무원 몇몇을 불러 경위를 조사했다.
경찰은 윤 전 소방서장이 재량의 범위를 넘어서 위법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관련한 수사에 나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전북소방본부는 윤 전 소방서장이 더는 소방서 직원들을 지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본부로 불러들였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감찰과 관련한 서류 일체를 경찰에 넘겨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며 "윤 전 소방서장이 원활히 현장을 지휘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전보 조처했다"고 말했다.
한설아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