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전후 달라진 마약 추정시점…대법 "반복범죄" 유죄 판단(종합)
체포 땐 '8월 투약', 공소장엔 '10월 투약'…"압수물 정황증거 인정"
▲대법원
마약 투약 용의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범행 시점과 수사 결과 파악된 투약 시점이 다르더라도 수사기관이 확보한 소변 검사 결과 등이 정황·간접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필로폰 투약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건설시행업을 하던 A씨는 2019년 동거인에게 상해를 가하고 마약류인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소지·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상해와 재물손괴를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으나 필로폰 소지와 투약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압수수색영장에 나온 혐의와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사실이 맞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마약 수사 중 제보를 입수한 경찰은 'A씨가 2019년 8월부터 9월 초 필로폰을 투약하고 9월 19일께 필로폰을 소지했다'는 내용으로 2019년 10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고, A씨를 체포해 모발과 소변 검사를 했다.
소변 검사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오자 A씨는 "2019년 10월 26일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자백했다.
검찰은 필로폰 양성 반응과 A씨의 자백을 근거로 "피고인이 2019년 10월 26일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담았다.
1심은 "압수영장에 적힌 혐의사실과 공소사실은 범행 일자가 다르고 범행 장소나 투약 방법, 투약량도 구체적으로 특정돼있지 않아 마약류 투약의 동종 범죄라는 사정만으로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소변 검사 결과를 보고 필로폰 투약 사실을 자백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고, 10월 26일 범행은 자백 말고는 증거가 있지 않으므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필로폰 소지 혐의 역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이런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입수수색영장은 혐의사실의 직접 증거뿐 아니라 증명에 도움이 되는 간접·정황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감정 결과 등이 간접·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로 투약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한 중독성과 높은 재범률, 은밀한 공간에서 범행이 이뤄지므로 목격자와 증거를 수집하기 곤란한 점 등 마약류 범죄의 특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에게 모두 3차례의 동종 범죄 전력이 있다는 점도 참작됐다.
대법원은 "소변 감정 결과에 의해 피고인이 반복적·계속적으로 필로폰을 투약해온 사실이 증명되면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일시 무렵에도 유사한 방법으로 필로폰을 투약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유력한 정황·간접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한설아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