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포차·클럽, 운영중단 명령에 일반술집 '변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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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포차·클럽, 운영중단 명령에 일반술집 '변신'(종합)

제주에비앙 0 입력

업태 바꾸기 어려운 노래방·유흥주점은 대부분 문 닫아

업주들 "막막하고 대책 없어…임대료 그대로 나가는데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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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홍대입구 인근 유흥가


    18일 오후 11시 30분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의 인근의 헌팅포차와 노래방, 클럽 등이 즐비한 유흥가.


    주점과 노래방 등이 밀집해 평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거리이지만, 이날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문을 닫은 가게도 여럿 보였고, 빈 테이블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정부는 19일 0시부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유흥주점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위험이 높은 '고위험 시설' 운영을 2주간 중단하게 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명령을 어긴 상황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입원·치료비, 방역비에 대한 구상권을 정부가 행사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규정대로라면 약 30분 뒤부터 모두 문을 닫아야 하는 헌팅포차들은 대부분 성업 중이었다. 이 업소들은 이번 집합금지 명령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술집으로 바꿔 문을 연 것이다.


    헌팅포차는 대부분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별다른 업태 변경 절차 없이도 손님 간에 이뤄지는 합석을 막으면 손쉽게 일반 술집처럼 운영할 수 있다.


    '홍대 헌팅포차'로 유명한 한 주점은 19일로 날짜가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문을 열고 손님을 받았다. 주점 관계자는 "이미 어젯밤(18일 밤)부터 일반 술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합석은 절대 못 하도록 막고, 테이블도 최대한 접촉을 피하도록 지그재그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클럽처럼 운영되는 이 주점의 지하는 아예 폐쇄된 상태였다. 주점 관계자는 "영업에 큰 제한이 있어 매출에 타격이 있긴 하겠지만, 아예 문을 닫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헌팅포차 역시 밤 12시 이후에도 20여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정모(24)씨는 "신나는 음악과 분위기를 즐기려는 것이지 헌팅 때문에 온 건 아니다"라며 "지금은 안에서 모르는 사람한테 말 걸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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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일반 술집으로 운영되는 홍대입구역 인근 유흥가 헌팅포차


    역시 문을 닫아야 하는 클럽도 일반 술집인 '펍'으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었다. 클럽&펍이라는 간판을 내건 한 주점의 관계자는 "여기는 클럽으로 운영하지 않은 지 한참 됐다"고 말했다.


    반면, 업태를 바꾸기 어려운 노래방은 대부분 문을 닫은 모습이었다.


    19일 0시에 가까운 시각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노래방 입구에는 '정부 지침에 따라 30일까지 잠시 영업 중지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방을 정리하던 직원 A(36)씨는 "노래방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온 것이 아닌데 좀 억울하다"며 "임대료가 그대로 빠져나가니 걱정된다"고 했다.


    방 안에서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실 수 있는 구조여서 사실상 노래방처럼 운영되는데도 19일 0시 이후 계속 문을 연 업소도 눈에 띄었다. 이 업소 관계자는 "우선은 별문제가 없을 것 같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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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은 노래방들


    역시 업태 변경이 어려운 유흥주점도 영업정지 명령이 발효되자 문을 닫는 모습이었다.


    서울 중구 북창동 유흥주점 밀집 지역은 18일 밤 일단 문을 열었다가도 19일 오전 0시가 가까워져 오자 일제히 간판 불을 끄고 영업을 중단했다. 안에 있던 손님들을 모두 내보낸 뒤에는 내부 조명도 끄고 문을 굳게 잠갔다. 뒤늦게 온 일부 취객은 아쉬운 듯이 불 꺼진 주점을 들여다보며 잠긴 문을 흔들어보기도 했다.


    북창동에서 4년째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손님 여섯 팀이 남아 있었는데 모두 내보냈다. 단속에 걸려 벌금을 내고 행정명령을 받느니 손님들을 일찍 내보내고 문을 닫는 쪽이 속이 편하다"며 "어차피 경쟁 업소끼리 서로 신고하기 때문에 불 끄고 몰래 장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한 달 임대료가 1천만원 수준인데, 앞으로 하루에 생돈 30만원씩 나가게 생겼다"며 "지난번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으로 4천만∼5천만원 손해가 나고 얼마 전에 다시 영업을 재개했는데 또 금지됐다. 막막하고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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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감이 감도는 북창동 유흥주점 밀집 지역


    주점 직원들은 거리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태우며 넋두리를 나눴다. 한 30대 남성은 "술 파는 사람들인데, 배운 게 뭐가 있겠나"며 "그래도 가정이 있으니 막노동을 하든, 배달 일자리를 알아보든 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곳의 노래방도 마찬가지였다. 북창동에서 20여년째 직장인 대상 노래방을 운영한다는 탁모(61)씨는 이날 일찍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노래방 카운터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탁씨는 "어차피 장사도 안 되는데 일찍 문 닫고 지인들과 함께 있다"며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갑갑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남예지 / 더인사이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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