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공포의 비행' 과징금 6억여원에 불복…행정심판 청구
'리튬 배터리 운송' 과징금 12억원 관련 과징금 취소소송도
2019년 10월 탑승객들을 '추락 공포'에 떨게 한 제주항공 7C207편의 긴급 회항 사건과 관련해 제주항공이 6억6천만 원의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자동항법장치 고장 관련 운항규정 미준수를 이유로 국토교통부가 6억6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불복해 지난달 말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과징금은 2019년 10월 25일 김해공항을 출발한 7C207편이 기체 이상으로 회항하는 과정에서 승객들이 공포감에 시달렸던 사건을 두고 부과됐다.
7C207편은 이륙 9분 만에 계기판 이상으로 자동 조종에 문제가 생겼고 약 30분간 김해 상공을 선회하다 김해공항에 비상착륙 했다.
이 과정에서 항공기가 흔들리고 실내등이 꺼지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났고, "비상탈출 가능성이 있다"는 기내방송이 나와 승객들은 비행기 안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국토부는 이 사건에 대해 13개월 만에 조사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자동항법장치 고장 관련 운항규정 미준수'를 이유로 제주항공에 과징금 6억6천만 원을 부과했다.
다만 비상착륙 절차 시행에 관한 기장의 재량행위를 인정해 기장 개인의 책임은 따로 묻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종사 관제 지시 특별 교육을 하는 등 안전 개선 권고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점을 근거로 과징금 처분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법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를 감경 요건으로 보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어려운 경영 상황도 처분 감경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또 폭발 위험이 있는 리튬배터리를 허가 없이 운송했다가 1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대해서도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제주항공은 2018년 4∼5월 리튬 배터리 장착 제품을 허가 없이 운송한 사실이 적발돼 90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제주항공은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며, 재심의 끝에 12억 원으로 과징금이 대폭 낮아졌지만 이마저도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리튬 배터리 장착 제품 운항에 대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절차가 진행됐다는 점을 토대로 처분 감경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당시 문제가 됐던 제품을 현재는 공식 허가를 통해 운항이 가능하도록 후속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최근 기체 손상된 비행기를 수리하지 않고 운항한 사실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안전불감증 논란을 빚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는 지난달 8일 제주공항에서 지상 이동 중 멈춰있던 에어서울 여객기와 접촉 사고를 냈다. 사고 이후 제주항공과 에어서울은 모두 손상 사실을 모른 채 여객기를 운항했다.
같은 달 10일에는 김포공항을 출발한 제주항공 항공기가 김해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면서 기체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왼쪽 날개 끝에 붙어있는 보조 날개인 '윙렛(Winglet)'이 손상됐다.
앞서 지난 2월 17일에는 제주공항에서 김포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 이륙 도중 동체 뒷부분에 부착된 범퍼인 테일 스키드(Tail Skid)가 활주로에 닿는 일도 있었다.
남예지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