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비난 현수막' 시위 후 "검색어 'Beijing'도 차단"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微博)에서 14일 한 때 베이징의 영문 표기인 'Beijing'이라는 검색어조차 차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전날 오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북서쪽으로 약 9㎞가량 떨어진 쓰퉁차오(四通橋·Sitongqiao)에서 벌어진 시진핑 국가주석 비난 현수막 시위 소식이 퍼져나가는 걸 차단하려는 조치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
16일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일어난 이 같은 초유의 시위에 중국 당국이 바짝 긴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흰색 바탕의 긴 천에 붉은색 글씨의 중국어로 쓰인 '핵산(PCR) 말고 밥이 필요하다', '거짓말 말고 자존심이 필요하다', '문화혁명 말고 개혁이 필요하다', '영수(領袖) 말고 선거권을 요구한다', '노비 말고 공민이 돼야 한다', '나라의 도적인 시진핑을 파면하자' 등의 문구가 현 체제를 직격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 주석이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이유로 경제를 내팽개쳤고, 문화대혁명을 재연하고, 마오쩌둥이 누렸던 영수 자리를 탐하고, 중국인을 노비처럼 부리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어서, 중국 당국으로선 이런 내용이 전파돼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시위자는 쓰퉁차오에 올라 현수막을 걸고 불을 피워 주변의 시선을 끌었지만, 베이징시 공안이 곧바로 상황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목격자들을 중심으로 관련 내용과 사진, 동영상 등이 순식간에 퍼져나갔지만, 중국 당국도 이내 사이버 공간 차단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전날 시위 장소인 'Sitong Bridge'와 'brave man'(용감한 남자)이라는 단어에 이어 이날 'bridge'(다리)와 'courage'(용기)라는 단어도 검색을 제한했다.
웨이보는 물론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지 앱인 위챗에서 쓰퉁차오 시위 사진을 공유한 사용자들의 계정이 강제로 삭제되거나 콘텐츠 게시가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계정 사용을 60일 정지당했다"고 말했고, 다른 사용자는 아예 계정 사용이 정지됐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미국 뉴저지에 사는 중국인 변호사이자 인권 운동가인 텅뱌오는 쓰퉁차오 시위에 대해 "극도의 용기"로 규정하면서 "이는 중국의 많은 사람이 새로운 독재자 시진핑 아래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시진핑에게 그 같은 시위는 큰 굴욕일 것"이라며 "그도 그걸 덮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일 중국 공산당 중앙 사이버안전·정보화위원회 판공실은 '유언비어와 허위정보 근절을 위한 특별 단속'을 깊이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유언비어 확산과 사회 혼란 차단을 명분으로, 당 대회를 앞두고 대대적인 사이버 검열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7일 검열 감시단체 '만리 방화벽(Great Firewall) 리포트'를 이용해 중국 당국이 최근 트로이목마(trojan), 엑스레이(Xray), TLS+웹소켓(TLS+Websocket), 브레스(VLESS) 등 가상사설망(VPN)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손화연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