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유죄' 법원 판단 근거는…"목포시청 자료는 비밀자료"
법원이 12일 손혜원 전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손 전 의원 측이 부동산 취득 직전 입수한 목포시의 자료가 비밀자료에 해당하고, 손 전 의원 조카 명의의 부동산도 차명으로 사들인 것으로 판단해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박성규 부장판사는 이날 손 전 의원이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부동산실명법 위반)와 업무상 알게 된 사실을 이용해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목포시의 근대문화유산 활용이라는 순수한 목적과 부동산 취득 후 시가의 상승이라는 경제적인 동기로 인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의 쟁점은 손 전 의원이 입수한 목포시의 '도시재생사업 계획'의 '비밀성'을 인정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손 전 의원은 2017년 5월 18일 목포시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목포시청 관계자에게 '목포시 도시재생 전략계획' 자료를 받는다.
이 자료에는 목포시의 도시재생사업 추진 계획 등이 포함됐다.
또 2017년 9월에는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목포시가 도시재생사업 예산을 신청한다는 내용의 공모 자료도 받는다.
손 전 의원은 이들 자료를 토대로 2017년 6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재생사업 구역에 포함된 토지 26필지와 건물 21채 등 총 1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남편이 이사장인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과 지인 등이 매입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손 전 의원이 조카 명의로 사들인 목포의 게스트하우스 '창성장'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손 전 의원이 부동산을 사들이던 중인 2017년 12월 14일 국토부는 목포시의 도시재생사업이 포함된 뉴딜사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들 자료가 일명 '보안자료'인 만큼 공직자인 손 전 의원이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제3자에게 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손 전 의원 측은 목포시의 도시재생사업은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된 내용이고, 2017년 12월 국토부에서 도시재생사업을 발표한 만큼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목포시청에서 입수한 '도시재생사업 계획' 자료의 비밀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자료가 외부로 공개되면 (해당 지역의) 시가 상승을 유발해 활성화 계획의 실행을 어렵게 하므로 목포시 입장에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상당한 이익이 있다"며 "2017년 6월 이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에도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해 부패방지법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뒤 해당 부동산을 사들인 만큼 부동산 취득 당시 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이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2017년 12월 14일 국토부가 도시재생사업을 발표한 이후에는 비밀성이 상실된 것으로 봐 국토부 발표 이후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 등이 취득한 약 9억7천만원 상당의 부동산은 부패방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손 전 의원이 조카 명의로 사들인 '창성장'이 차명 재산인지도 쟁점이었다.
검찰은 줄곧 창성장이 명의만 손 전 의원의 조카로 돼 있을 뿐 손 전 의원이 실질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 전 의원은 "조카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매매 대금을 빌려준 것"이라며 "차명이면 전 재산을 국고로 환원하겠다", "재산을 모두 걸 뿐 아니라 국회의원직도 사퇴하겠다", "목숨을 내놓으라면 그것도 내놓겠다"고 말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손 전 의원이 부동산 계약을 맺거나 부동산 활용 계획을 세웠고, 매매대금·취등록세·수리대금 등을 모두 손 의원이 지급한 점 등을 볼 때 손 전 의원이 실권리자이며 부동산 실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에 손 전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인 유죄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민소정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