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에 분류작업 안 맡기고 야간배송 제한…'과로방지' 합의(종합)
노사, 국회서 협약식…'분류는 사측 업무' 명시, 전담인력 투입·자동화설비 추진
주 최대 60시간·일 최대 12시간 근무 목표…밤 9시 이후 배송 제한
택배업계 노사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분류작업 책임 문제 등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분류작업을 택배 노동자의 기본 작업 범위에서 제외하고, 사측이 분류작업 전담 인력을 투입하는 등 택배 노동자의 과로 방지를 위한 내용이 담겼다.
21일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택배 노사와 정부는 이날 오전 민주당 당 대표 회의실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에 서명했다.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가장 쟁점이 된 내용은 분류 작업의 책임 소재였다.
우선 합의문은 택배 분류작업을 '다수의 택배에서 타인 또는 본인(택배기사)의 택배를 구분하는 업무'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이 택배업체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동안 택배기사들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을 지우는 원인으로 지목돼 온 분류작업을 택배 노동자에게 떠맡기지 않도록 한 것이다.
또 택배 사업자는 분류작업 설비 자동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국회·정부는 예산·세제 등을 통해 이를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자동화가 완료되기 전까지 택배 사업자와 영업점은 분류 전담 인력을 투입하거나, 불가피하게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할 경우 적정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아울러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사업장 등에 동포 외국인력(H-2)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밖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택배 노동자의 작업시간을 주 최대 60시간·일 최대 12시간을 목표로 하고,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오후 9시 이후 심야 배송이 제한된다.
국토부는 근본적으로 거래구조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하고, 화주가 소비자로부터 받은 택배비가 택배 사업자에게 온전히 지급될 수 있도록 거래구조 개선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택배 물량이 폭증하는 설 명절 대책 내용도 담겼다.
이달 25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를 '택배 종사자 보호 특별관리 기간'으로 정해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일일 관리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 기간 사업자, 영업점은 심야 배송을 초래하는 과도한 배송물량이 할당되지 않도록 매일 확인하고, 일일 물량 분배, 대체 배송인력 투입 등을 통해 적정 배송물량이 유지되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또 이 기간 택배 물량 집중으로 인해 배송이 지연될 경우, 화주는 택배 사업자, 영업점, 종사자 등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 택배기사의 작업 범위, 적정 작업조건 및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을 반영한 표준계약서를 올해 상반기까지 마련하고, 택배 사업자와 영업점, 종사자는 올해 9월까지 표준계약서를 반영해 운송위탁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다만 택배 사업자 로젠의 경우 경영구조 특수성을 고려해 올해 상반기까지 이번 합의안이 적용되도록 별도 방안을 마련하기로 예외 조항을 뒀다.
한편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총파업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남예지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