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당선인 "늘 죄송했다" 朴 "취임식 가능하면 참석"(종합2보)
尹당선인 "명예 회복 위해 노력" 朴 "좋은 대통령으로 남아달라"
尹 "朴업적 홍보 안돼 안타까워…박정희 때 국정운영 배우고 있어"
"당선되고 나니 걱정돼 잠이 잘 안와" "대통령 자리 무겁고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과거 국정농단 특별검사와 피의자로서의 악연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대구 달성의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라며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가진 미안함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이었던 2016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 중형을 끌어냈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배석했던 윤 당선인 측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대화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권 부위원장은 "약 50분 정도 했는데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했다"며 "공개하기 적절치 않지만 (공개)했으면 좋겠을 내용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도 "언론에 밝히지 못할 속 깊은 이야기를 충분히 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브리핑을 종합하면 윤 당선인이 "식사를 잘하고 계시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병원에 있을 때보다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당선인 시절부터 격무이니 건강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 앞으로 대통령으로 재임하면 정말 건강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과거 악연과 관련해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 없이 담담히 들었다고 유 변호사는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또 "박 전 대통령의 굉장히 좋은 정책이나 업적이 있는데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며 "했던 일들, 정책에 대해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서 제대로 알려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고 유 변호사가 전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박정희 대통령께서 당시 내각과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료를 봤고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한 분들을 찾아뵙고 국정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되고 나니 걱정돼 잠이 잘 오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가 무겁고 크다. 사명감이 무섭다"라고 이야기했다.'
윤 당선인은 "대구·경북에서 몰표를 줘서 당선됐다. (초반에 이재명 후보와) 표 차가 얼마 안 됐지만, 대구 개표가 늦어지는 걸 알고 당선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이 지역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그렇지 않아도 권영진 대구시장이 청구서를 들고 왔다. 복지 문제는 경북대 병원장을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으니 복지는 해결이 잘 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격무고 많은 일이 있을 텐데 좋은 대통령으로 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많은 가르침을 달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아울러 "외교 안보라는 울타리가 튼튼해야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되지 않겠느냐"라며 "여러 나라와 신뢰를 맺어서 서로 '윈윈'해야 나라가 발전하는 시대다. 안보와 경제도 신뢰 속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회동에 앞서 대구 서문시장에 들렀던 윤 당선인은 "대통령께서도 힘들 때마다 서문시장에서 기를 받았는데 저도 서문시장에 갔더니 기를 받은 것 같다. 기운이 났다"며 "제가 대구에서 근무할 땐 달성이 굉장히 시골 같은 느낌이었는데 몰라보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처음 뵙는 분이지만 화면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아주 오래전에 만난 사람인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윤 당선인은 다음 달 10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건강 상태로는 조금 자신이 없는데 시간이 있으니 노력해 가능한 한 참석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서울의 병원에 다니거나 그럴 때 경호 등 문제에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회동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양측은 밝혔다.
한설아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