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리스트'에 술렁이는 野…철통보안 속 대응책 부심(종합)
"비공개 상태서 소명 들어야", "공개하고 철퇴 가해야" 의견분분
▲최고위원회의 입장하는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국민의힘은 23일 현역 의원 12명에게 부동산 투기 의혹 소지가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 크게 술렁였다.
이준석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탈당 권고보다 '더 강한 대처'를 예고한 가운데 권익위로부터 명단을 전달받은 당 지도부의 대응 방침에 이목이 쏠렸다.
권익위는 이날 오후 6시께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에 12명의 명단과 구체적인 투기 의혹 내용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를 비롯해 김기현 원내대표, 한기호 사무총장,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5명은 이날 밤 늦게까지 의원회관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부심했다.
애초 권익위가 민주당과 같은 12명을 지목할 것으로 미리 파악했던 지도부는 관련 서류를 받아들고 이들의 실명 공개 여부와 처분 수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지도부 안에서는 권익위의 설익은 조사 결과를 당분간 밀봉에 부치고 해당 의원들의 소명부터 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속 시원히 국민에 공개하고 철퇴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된 국민의힘 의원이 102명으로, 민주당(174명)보다 크게 적어 적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권익위의 조사 결과만으로 투기 의혹을 덮어씌우기에 부족해 보인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엄정한 처분이 있어야겠지만, 동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4일 오전 8시 국회에서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다. 이 회의 이후 큰 줄기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선 '지라시' 형태로 12명의 명단이 돌기도 했다.
여기에 거론된 의원들은 대개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나는 결코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일부 의원은 권익위 고위 관계자에 직접 연락해 본인이 12명에 속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언론에 알리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12명의 명단을 육안으로 확인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 돌아다니는 지라시는 부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김 원내대표는 회의 참석자들에게 '철통 보안'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일 국회 법사위와 모레 본회의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저지해야 한다"며 "의도치 않은 명단 유출로 당 전체가 통제 불능 상황에 빠져 원내 전략을 그르칠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설아 기자 / 더인사이드뉴스